알라딘의 이상한 배송 시스템

자, 여기 A, B 라는 두명의 사람이 있다고 하자.

우선 A 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알라딘에 접속해서 여유롭게 책을 검색해보다가 구입을 결정하고 결제한다. 그가 결제한 시각은 1일 오후 7시.

그리고 B 는 회사에 출근하여 일을 하다 갑자기 읽고싶은 책이 떠올라 2일 오전 9시 50분쯤 알라딘에 접속하여 책을 주문한다.

그러면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을 A 와 B 둘 중 누가 먼저 받았을까?

  1. A 가 먼저
  2. B 가 먼저
  3. A 와 B 가 동시에

답은 2 이다. 하루 늦게 주문한 B 가 A 보다 하루 먼저 책을 받게 된다.

이유는 알라딘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당일 배송 시스템” 때문이다. 당일 배송 시스템이란 평일 0시부터 10시까지 주문한 책에 대해서 서울 시내의 경우 당일에 배송을 해주는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즉, 이 시스템은 0시 이전 주문분 (즉 전날 오전 10시 이후부터 24시까지) 은 당일 배송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경우 “하루 배송 시스템” 이라고 전날 밤에 출고해서 다음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도 있긴 하지만 출고량에 따라서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아서 나 같은 경우에는 저녁에 두번 주문했었는데 두번 전부 다음날 받지 못했다. 이전까지는 시스템이 이렇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당연히 당일 배송 상품을 전날 저녁에 구입했으니 다음날 바로 오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두번이나 받지 못해서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봤더니 아래와 같은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알라딘의 경우 당일오전출고*당일배송>>당일저녁출고*익일수령>>당일야간출고*익일수령의 우선순위로 출고시스템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년간의 출고방식 개선과 보완을 거쳐 출고*배송 서비스 만족도와 신속성을 가장 크게 체감하시도록 하는 개편을 통해 도입한 방식입니다.

물론 고객님의 경우처럼 먼저 주문하신 경우임에도 결과적으로는 당일배송보다 늦게 받으시는 경우에는 앞으로도 보완을 해야 겠습니다만, 현재의 제한된 출고/집하 공정 하에서 현행 출고방식에 대한 당장의 변화를 만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즉, 당일 배송 상품들의 경우 장바구니에 넣어뒀다가 밤 12시 넘어가면 주문하든가 아니면 다음날 오전에 주문하는게 훨씬 낫다는 결론이다. 아무런 배송비의 차이도 없고 다른 혜택이나 불이익도 없는데 먼저 주문한 사람이 먼저 서비스 받지 못하는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회사 측에서도 모든 서울 시내 주문건을 당일 배송 처리하는데는 문제가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주문 건수가 적은 오전 시간대의 주문만 당일 배송 처리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을 들이고 “우리 쇼핑몰은 당일 배송 시스템을 합니다!” 라고 홍보할 수 있는건 동종 업계에서 경쟁력을 구가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다. 그리고 정말 당일에 급히 책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즐겨보는 만화책인 “바텐더” 라는 만화책 9권을 보면 이런 상황이 나온다. 호텔 바텐더가 외부에서 호텔 바로 자리를 옮기게 된 주인공 바텐더를 테스트하는 중에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 위스키는 딱 한잔 분량밖에 남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세명의 손님이 모두 다 마시고 싶어하는 상황. 호텔 바텐더는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진다.

“호텔 서비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 이란 겁니다.
사람은 자기 외의 다른 누군가가 우대받을 바엔 아예 서비스 따위 바라지 않습니다 …
왠지 압니까?
인간의 악덕 중에서 가장 뿌리 깊은 감정은 …
‘질투’.

위스키는 원 쇼트 분량밖에 없다.
그런데 꼭 마시고 싶다는 손님은 셋.
자 … 이럴 경우 바텐더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상황에서 주인공은 한잔 분량의 위스키를 3잔으로 나눠서 무료로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나 역시 알라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똑같다.

진짜 자신들이 서비스라는 걸 제공하는 업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편의를 기준삼아 고객들을 차별하지 말고, 겉보기에만 좋아보이게 한쪽에만 쏟아 붓는 서비스를 모든 고객들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라고 말이다.

Bookmark and Share
Creative Commons License
This work, unless otherwise expressly stated,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Share Alike 2.0 Korea License.

관련된 포스트들

Tags: ,

  1. torms3’s avatar

    Errata : 쏟아붇는 -> 쏟아 붓는

    심심해서[...]

    Reply

  2. J.Strane’s avatar

    torms3// 수정 완료. ㄳㄳ

    Reply

  3. torms3’s avatar

    ‘쏟아 붓다’인지 ‘쏟아붓다’인지 갑자기 궁금해짐.

    회사라 국어사전이 없어서 확인 불가.

    orz

    Reply

  4. J.Strane’s avatar

    torms3// 사전을 찾아보니 “쏟아붓다” 란 단어가 따로 있는게 아니고 쏟다 + 붓다 합쳐서 쓰는 거라서 띄어쓰는게 맞는 거 같음. 사전의 “쏟다” 라는 항목에 이런 예문들이 있네.

    - 그는 술잔을 입속으로 쏟아 부었다.
    - 폐수를 하천으로 몰래 쏟아 버렸던 업주들이 구속되었다.

    Reply